995년 한 신진 작가가 컬렉터에게 그림을 5000달러(약 500만 원)에 팔았습니다. 12년 후인 2007년 이 그림은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 달러(약 55억 원)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. 가격이 무려 1000배 넘게 폭등한 이 작품은 바로 중국 대표 작가 웨민쥔 1995년작 '처형'입니다.
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'1808년 5월 3일의 학살'을 패러디한 이 그림 속 인물들은 총살을 앞두고도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자지러집니다. 중국 체제를 실컷 비웃은 이 작품 복제화가 최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웨민쥔의 국내 첫 개인전 '한 시대를 웃다!'에 걸려 눈길을 끌었습니다.
요즘 2030 MZ세대가 열을 올리고 있는 아트테크는 안목과 열정, 행운이 있다면 부동산과 주식 못지 않게 대박을 터트립니다. 미술 애호가인 할리우드 배우 휴 그랜트는 미국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 작품 '리즈#5'로 200억 원 넘게 벌었습니다.
워홀이 당대 최고 스타였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성기 모습을 담은 초상화로 13점 한정판 중 하나였습니다. 2001년 이틀 연속 과음으로 정신이 몽롱했던 그랜트는 술김에 비서에게 연락해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 앤디 워 홀 작품을 무조건 사라고 지시했고 200만 파운드(약 38억 원)에 낙찰받았습니다.
술이 깬 후 거액을 쓴 것을 후회했지만 6년 후인 200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300만 파운드(약 246억원)에 팔아 208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습니다.
아트딜러이자 최근 출간된 아트테크 입문서 '월 10만 원 그림투자 재테크' 저자인 한혜미 씨는 거액이 없더라도 미술품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면 뜻밖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. 그는 10만 원대로 검증된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아시아 대학생 및 청년작가 미술축제 아시아프(ASYAAF) '10만 원 소품전', 중구 문화재단 '을지 아 트페어' 등을 추천합니다.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'화랑미술제'와 '한국국제아트페어(KIAF)', '아트 부산' 등에 참가한 화랑 부스, 온라인 경매 등에서도 수십만 원대 그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.
그러나 내가 산 그림이 훗날 폭등할 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일종의 도박입니다. 그래서 '영끌 투자'는 금물입니다. 수익을 내는 것 못지않게 미술품을 집에 걸어두고 즐기는 만족감이라는 부수입을 고려해야 합니다.
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"2010년만 해도 박서보, 정상화, 하종현 작품 가격이 단색화 열풍으로 급등할 지 아무도 예상하 지 못했다"며 "미래 가격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장품 100점 중 2~3점 가격이 올라 효자 노릇을 한다고 보면 된 다"고 지적했습니다.
최윤석 서울옥션 전무도 "주가는 회사 실적 등 숫자에 근거하지만 미술품은 미술계 의미 부여로 가격이 형성되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"며 "경매 수수료가 작품가 10~20%여서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며, 자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접 근해야 한다"라고 조언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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